2015.3.14

아래 메일 보낸 주연씨, 청개구리 제작소 여러분도 패널로 참여하는 대담회입니다. https://gonggong00.wordpress.com D.I.Y 문화, 비평, 청년운동 등과 관련해 여러 패널과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니, 살펴보시기 바래요.

저는 작년 00그라운드에서 교육이 ‘개인’을 길러낼 수 있느냐는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 을 진행했어요. 최태윤씨가 문서에 글로 정리를 잘 해주셨네요. ‘교육’과 ‘배움’ 각 단어가 쓰이는 용도가 다를 것 같은데요, 각 단어가 가진 속성을 좀 더 정교하게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의 성적 중심 교육에서 학생은 인격을 가진 존재로 존중받는 게 아니잖아요. 인격은 배제하고 성적(혹은 직업교육)이 그의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가 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반드시 이런 교육만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아주 소수지만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교육도 있으니까요. (대안적인) 교육 관련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던 당시 교육 프로그램 기금 지원서를 작성할 때 꼭 넣었던 문구 중 하나가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었어요. (한국의 대안교육의 문맥이 이것을 공유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건 <교육을 국가가 아니라 시장의 조정에 맡김으로써 “교육 수요자”의 “소비자 주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김영삼 정부의 교육정책>(<휴먼 스케일=""> 65쪽, 윤원화) 즉 공교육 정책과는 배치되는 것이죠. 특히 IMF 의 종료를 선언한 김대중 정부에서 이러한 교육관이 더 크게 진행되었다는 것은 제 또래(80년대 후반생)가 겪은 교육 환경을 검토하는 데 참고할 만한 자료가 될 것 같아요. 최태윤씨가 언급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과도 닿아 있을 거고요.

00그라운드 준비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교육이란 결국 세계의 질서 혹은 사회, 정치, 문화가 반영되는 영역이고 무엇보다도 사람/개인이 세계와 긴밀하게 접속하는 매개체라는 것인데요. 한 사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조건이 곧 ‘교육(에 관한 문제)’이라고 본다면, 그 자신이 자신의 환경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결과물로서의 ‘배움’이라는 것도 무수히 다양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움의 경로, 배움의 내용, 배움의 가능성, 배움의 관계 등등이 말이죠. 그러한 배움의 모든 가치를 자신의 내부에서 발견해가는 것이 곧 자신의 성장을 자각하는 것이라고 봐요. 그런데 태윤씨가 글에서 ‘혁신’과 청개구리제작소분들이 의문한 ‘청년’의 사회적 용법을 지적한 것처럼 ‘성장’이란 단어가 대중적으로는 글로벌기업의 세계화를 마케팅하는 용어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고, 청년기 혹은 청소년기의 개인의 성장, 인격적 성장, (경제적 성장이 아닌)사회 및 정치적 성장 등의 문구는 소수인 것 같아요. 이윤을 환수받지 못하면 ‘성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저는 ‘배움의 책임’ 즉 그 배움을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하나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것은 사회에 대한 감각, 연대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이것은 다른 얘기. 어제 더 북 소사이어티라는 책방에서 ‘아시아에서 대안적인 것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상영회+라운드 토크가 열렸는데요,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자 ‘기수 공항’ 서점을 (도쿄가 아닌!) 돗토리현에서 짓고 있는 모리 씨도 왔었어요. 아마 여러분 중에서도 참여한 분 계실 텐데요, 영화에서 제가 좀 감명받은 것은 모리 씨가 학교가 아닌 인포샵에서 어떤 요소들(책, 자료, 아나키즘과 같은 정치사상의 개념들)을 접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했다는 점이에요. 만들고자 하는 인포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늘 생각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에요. 하나는 세계라는 것이 가져야 하는 모습이라는 것을 생각합니다. 세계는 이런 식이어야 한다는 모습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물론 답이 없겠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세계의 이상적인 상, 그것이 제 책방에 반영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이것도 정답이 없겠죠. 그때마다 제 자리로 걸어가면서 제 자신을 생각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하고 그렇게 하면서 자기를 납득시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너무나도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 인포샵이라는 것은.”

현재 서울에서만 상당히 많은 공간이 생겨나고 있어요. 상업공간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혹은 협동해서 만드는 문화 공간. 서울시의 마을사업의 일환도 아니고요. 이들을 ‘대안’ 문화나 대안적인 삶의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교육과 관련한 입장에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정아람